연극을 간만에 봤어요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이후 첨 인듯..
인물에서 보이듯 종교적 모순인 부분이 극에 많이 나와요.
시놉시스만 읽었는데 종교적으로 거슬리는 부분이 있다면..
안 보는게 나으실듯..
이 후기 또한.. 안 보는게... 나으실 듯
그리고 성범죄나 가정폭력 등의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도 안 보는게 나을 듯 싶다..
박해미 배우의 첫 정통 연극이라고 해요.
연극은 무조건 앞자리..
근데 OP 석 대각선 쪽에 어떤 남잔지.. 코골고 자서 ^^...
개노답인 사람 참 많져...
프로그램북은 5천원..
첫 구매라고 엽서도 증정받았어요 ㅎㅎ
이 아래부터는 개인적인 감상과 스포가 있습니다.
생각할 거리가 많고, 여운이 남기 때문에 좋은 연극이라 생각한다.
인물 3명이 나와 2시간을 이끌어가는데, 지루하지 않고 몰입된다.
나는 이신론자다. 신이라고 지칭할만한 절대적인 존재가 있다고는 믿으나, 그 존재가 인간을 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종교에 대해서는 별 생각없으나, 특정인물을 믿는 종교에는 부정적이다.
리빙스턴 박사는 아그네스에게 본인의 동생을 투영하여 집착했고, 상처를 드러내고 괴롭더라도 현실을 직시하도록 알려주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근데 오만이라고 본다.
구원은 셀프.. 사람은 절대 남에게 구원이 될 수 없다.
리빙스턴은 종교를 쓸데없는 믿음, 집착이라 생각했으나
정작 본인도.. 자신이 아그네스를 구원하고 치료할 수 있다고 믿었던거 같다.
동시에 동생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 엄마에 대한 복수심 등을 해소할 기회로 삼았던거 같고..
하지만 아그네스는 본인 스스로 뭘 할 만큼 강한 사람이 아니었음..
종교에 대해 회의적이라 그런지, 리빙스턴 박사가 극을 설명하기 때문인지 나 또한 리빙스턴 박사와 같은 입장이었다.
나 또한 아그네스는 찐 범인이 아니고 원장 수녀가 아기를 살해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그네스가 정말 아기를 죽였던 것이 맞고, 리빙스턴은 구원은 커녕 모든 걸 빼앗은 셈이 되었다.
동시에 스스로에게도 마음의 짐을 하나 더 늘려버렸다.
원장 수녀는 자신이 종교에 대해 품고있는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어떻게 보면 회피하기 위해 아그네스에게 집착했다고 생각한다.
삶에 회의를 느끼고 종교에 귀의하였으나 믿음이 얕았다.
하지만 이제와서 그걸 부정하면 본인의 삶 자체가 부정당한다고 느끼겠지..
약간.. 기성 세대가 옛것을 고집하는 그런 감정..?
그러던 중 아그네스의 노래를 듣게 되었고, 그걸 믿음의 이유라 본인 스스로 여긴거 같다.
아그네스가 정말 신의 기적이어야 자신의 삶도 부정당하지 않을테니 믿고 싶은대로 믿은거고..
아그네스가 가진 상처를 굳이 꺼내지 않고 그대로 덮어두고 잊고 피하면서 살기를 바란 사람.
근데 그게 정말 살아도 산걸까..
아그네스가 정말 모든걸 몰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행복하니까 그런건 생각할 필요없어라는 식의 회피.. 정말 싫다..
동시에 나의 태도를 돌아보게 됐다.
나 또한 요즘.. 살만하다는 이유로 너무 나태하지 않았나..
머리 복잡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회피하고 안주하고 살지는 않았나 반성했다.
아그네스. 학대를 받으며 자라 엄마를 증오하지만, 미움받지 않기 위해 집착한다.
모르겠어요를 가장 많이 말하지만 정말 몰랐을까..
다 알지만, 말한다고 바뀌는 것이 없고 현실을 깊게 생각해봐야 힘만 드니까 언급조차 꺼려하는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제일 불쌍하다..
대충 덮어놓고 살때엔 불안하긴 해도 살만했고, 진실을 직면했을땐 고통 뿐이었던 삶..
원장 수녀의 말처럼 처녀성과 무지는 비슷한 선상에 있다.
그래서인지 아그네스의 흰색 수녀복은 그녀를 성모마리아처럼 성스러워 보이게끔 했다.
연극을 보면서 가장 크게 들었던 생각은 괴롭지만 진실을 알려주는 것과 모르지만 행복한 것 중 어느 것이 개인에게 옳은 선택인가였다.
정답은 없고 가치관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
그렇기 때문에 좋은 연극 같다.
생각할 거리가 많다.
인물들의 대사에서 종교의 모순이 많이 나타난다.
아그네스가 스테인드 글라스를 가리키며 뚱뚱한 사람이 한명도 없으니 본인도 뚱뚱한 채로 하나님 앞에 갈 수 없다고 말한 점..
원장 수녀 또한 종교의 모순을 대사로 많이 친다.
극은 처음부터 끝까지 3명의 인물만 나오는데,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란 점이 맘에 들었다.
아그네스에게 학대를 가한 것도, 도움을 주려는 것도 모두 여성 캐릭터다.
TV 매체나 영화, 연극에 여성 캐릭터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는데 이런 환경에 적절한 연극이라 생각한다.
아기 아빠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강간을 당했고 등등 가십으로 대하지 않아서 좋았다.
오로지 아그네스에 관한 연극이다.
다만, 아그네스의 시련을 성학대와 성범죄로 삼은 점..
여성에게 닥친 크나큰 시련과 고통은 오로지 성에 관련된 것뿐인가..
남성 캐릭터는 시련 요소가 다양하다.
옛날에 쓰여진 연극이라 그정도는 감안하지만.. 뭐 아쉬운건 아쉬운 거다.
배우들의 연기는 아주 좋았다.
1열 정중앙에서 보다보니 그 감정이 다 느껴졌다.
무조건 가까이에서 봐여댐..
간만에 좋은 연극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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